글을 쓰지 않아야 행복한거야

2022. 12. 28. 22:15카테고리 없음

나는 꽤나 잡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기는 일들을 보고도 왜 그렇지? 왜 그렇게 했지? 의문도 많이 품고 후회도 많이 한다.

또 그 잡생각들이 원하는 결과나 속 시원한 결말을 맺지 못하면 지금 당장 해결을 볼 때까지 매달리느라 다른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성격이 급해서 이기도 하고 또 누구 말대로 성질이 더러워서 이기도 하고.

 

사소한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가 지금 당장 해결되지 못할 일인데도 그 문제에 매달리느라 골머리를 썩는다.

나 스스로 알면서도 고쳐나가기가 쉽지가 않다.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가서 문제가 생기면 오늘 해야 할 운동을 다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그리고 나선 또 후회를 한다. 성급하게 결정했고 후회할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한 나에 대한 자책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사춘기시절 복잡한 생각을 글을 쓰며 시를 쓰며 정리해 나갔었다. 주제도 목표도 없는 순수한 글쓰기 그 자체로. 

성인이 돼서 이제 서른을 앞두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고전적인 방법을 꺼내 들었다. 

과거에 했던 그 방법 그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요즘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서 쓰기도 하고 보고 재밌었던 유튜브를 소개하기도 하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재밌다.

소재도 이야기도 내 마음대로,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다른 이에게 전달하니까 마음도 편하고

이기적이어도 공격적이어도 그 모든 게 허용될 수 있는 글쓴이의 권력이 최고인 공간이니까

워낙 말하기도 좋아하는 나라서 말하듯이 술술 글을 써 내려갔다.

내 마음대로, 그냥 진짜 내 마음대로

 

그런데, 이번주는 딱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다.

아니, 무슨 주제로 글을 쓰지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내가 가진 생각들을 몇 주 동안 쏟아내고 나니, 머릿속이 텅 비었다. 한바탕 쏟아내니 잡념이 사라졌다.

밖에 하얀 눈이 그러하듯 눈처럼 가득 쌓였던 잡념들이 글쓰기를 통해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나 혼자만 있던 길거리에 사람들의 방문이 생기기 시작하니 그 발걸음에도 눈이 녹기 시작했다. 살짝 녹은 눈은 가벼운 빗질에도 쓸려서 치우기도 편해졌다. 여기저기서 까맣게 물든 더러운 눈은 길모퉁이에 쌓아두고 편안한 잠을 잔다.

 

글을 쓰지 않아야 행복한 거야

아니면 밤새 또 고된 빗질을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