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

2022. 12. 10. 18:12카테고리 없음

"주관이나 선입견에 얽매여 좋지 아니하게 보는 태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

 

색안경을 검색했을 때, 찾을 수 있는 색안경의 뜻이다. 결코 긍정적이거나 좋은 이미지의 단어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을 싫어하고 사회적으로도 색안경을 낀 채로 편협하거나 색깔론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불편하고 무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색안경의 색을 보는 이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내가 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릴 적 내 경험인데, 5-6살쯤으로 기억한다. 집에 놀러 오신 부모님의 지인이 과자종합세트를 사 오셔서 나에게 건네주셨다. 그때 우리 부모님은 "우리 애는 과자나 단 것 싫어해요" 라며 단칼에 거절을 하셨다. 실제로는 과자를 좋아했던 나는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선물을 주시던 분이 갑작스레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닌가. 군것질을 잘하지 않는다며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해주셨다. 

그 기억이 좋아서였을까 그 뒤로 나는 어디를 가던 내입으로 과자를 싫어한다고 말하게 되었고 그게 습관이 되어 30이 다 된 지금까지도 나 스스로 과자를 사본적이 없다. 한순간의 착오와 편견이 군것질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결정적 사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나는 가끔 이루고 싶은 것들이 생길 주변 사람들에게 나만의 색안경을 직접 만들어서 다른 이들에게 씌워놓는다.

예를 들어, 올해 3월까지 나는 매일 두 갑 정도 담배를 태우는 애연가였지만 어떤 일로 금연을 시작하게 되었고 한 일주일 동안은 주변에 다음 주부터는 반드시 담배를 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나의 색안경을 나눠주었다.

나에게 색안경을 강제로 선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이를 강력히 거부하며, 나의 의지를 꺾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설레발을 친다며 꾸짖던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적인 금연을 응원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금연을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나 스스로가 던져놓은 색안경의 함정에 나 스스로가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떠벌려 놓은 게 있으니 거짓말쟁이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실패를 하게 되면 이야기만 떠벌리고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내가 원치 않는 색안경이 씌워질 것이 분명하므로 어떻게 해서든 버텨내야만 했다. 그 결과, 현재 나는 담배는 전혀 무관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몇 달 전 시작한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얼마 전 가족들과의 모임 행사에서 그 날 만큼은 너무나도 먹고 싶은 욕구를 못 참았었다. 그래서 그래 오늘은 그냥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하던 찰나 가족들 중 누군가가 아 맞다 다이어트 중이지 라며 닭가슴살을 챙겨주는 것이 아닌가. 몇 달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뻔 한 순간 다행히 내가 씌워놓은 색안경이 제시간에 제대로 발동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심리적 용어가 있을 것이다. 투사적 동일시라던가 일종의 방어기제라던가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서 명확히 표현은 못하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보는 시선은 그들이 보는 것도 있지만 내가 씌워놓은 부분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내 주변에 내가 만든 색상의 색안경을 나눠줄 것이고 그 색은 분명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를 만나는 이가 내가 좋아하는 안경을 끼고 있다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그런데 얼마 전 나는 의도치 않게 다른 이가 주는 색안경을 끼게 되었다. 요즘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의 방장님이 매주 1등으로 글을 쓴다며 과한 칭찬을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그 때문에 나는 스스로 1등으로 글을 써야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번에 건네받은 색이 내가 좋아하는 색이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빨리 쓰고 여유로운 마감기한을 가지게 되었으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혹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벗어던지고 내가 좋아하는 색을 끼면 그만일 뿐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색

보여지는 것, 보게되는 것, 보고싶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