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재능

2022. 12. 10. 18:11카테고리 없음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공부는 노력인가 재능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운동선수 출신들과 서울대 출신들로 이루어진 패널들이 비교적 가볍게 주고받는 토크쇼 형식의 영상이었다.

 

그중에 유튜버로 활동 중인 한 패널의 말이 모두를 수긍하게 했다.

운동은 재능인가, 노력인가” “예술은 재능인가, 노력인가” “가수는 재능인가, 노력인가

에 대해 대부분은 재능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런데 왜 공부만 노력의 범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또 전에 기사를 읽다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부분들의 문제가 의학적, 과학적 기술이 발전될수록 더욱더 타고난 유전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담배를 하루에 3갑 넘게 태우지만 니코틴 분해 유전자가 강하고 매일 소주를 마시지만 알코올 분해 유전자가 강하면 건강에 문제없이 장수하는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고나지 않은 부분은 노력하지 말아야 하고 타고난 부분만을 찾아 개발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절망적인 결론일 것이다. 대부분의 평범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 나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타고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긴 하지만 선수 정도의 재능은 당연히 아닐뿐더러 어디 가서 운동을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실력도 되지 않는다. 목소리가 우렁차게 나오지만, 어떤 테너의 중후함도 발라드 가수의 감미로움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분야에서의 완벽하게 애매한 재능,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최근 개그우먼 김민경의 행보는 이를 더욱 강하게 증명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운동신경이 연예인의 길만 걷던 사람에게 사격 국가대표라는 길을 열어 주었으니 말이다.

 

일반적인 글의 흐름이라면 이쯤에서 하지만 우리는 절망하지 말아야한다.’라는 주제로 전환하여 희망 회로를 가동하고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어야 하지만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라 뭐라고 반박할 여지가 없다.

 

다만, 소소하게 드는 내 생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제보다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체지방 20프로의 중반이던 몸은 더디긴 하지만 지난 몇 달간의 다이어트를 거쳐 현재 13프로에 도달했고, 저번에 올렸던 글은 문단의 나눔조차 없었으나 피드백을 통해 이번엔 최소 문단은 나누어 읽는 사람이 조금 더 읽기 쉽도록 발전했으며 요즘 공부 중인 태국어는 몇 달 전과 비교해 최소 수백 개의 단어는 더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애매한 재능은 나를 절망하게 만드는 독인가, 더 달리게 하는 동기인가.

타고난 유전자와 재능이 모든 것을 결정짓고 삶의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내가 오늘 하는 노력은 나로 하여금 유전자의 진화를 이끌어낸다. 느리지만 확실하게.